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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동서남북] 재건축이 아니라 '정주'를 재건해야 한다

등록일 2026-07-02 15:25 URL복사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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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석(정책원10 / 일반원 박사12) 대한주택건설협회 인천광역시회 회장·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1980~1990년대 대규모 택지개발로 조성된 연수·선학, 구월, 계산, 갈산·부평·부개, 만수 1·2·3지구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인천시는 5개 지구, 약 12.5㎢ 규모를 대상으로 2035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정비의 규모는 예사롭지 않다. 연수·선학지구 하나만 해도 현재 13만5000명의 인구를 21만 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낡은 아파트 몇 동을 고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도시를 다시 짓고 있는가?

연수·선학지구는 1990년대 초 조성된 인천 최초의 대규모 계획도시로 최근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공모에는 18개 예정구역 중 12개 구역이 참여하고 평균 동의율도 76%를 넘으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주민들은 용적률 상향을 요구하고 있고, 용적률 증가와 각종 분담금 확대로 이어지면 주민들이 정작 새 아파트에 재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비는 낡은 건물을 새로 바꾸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30년 넘게 다니던 병원, 시장과 상점, 오래된 이웃과의 관계까지 아우르는 삶의 터전과 공동체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결국 이번 정비사업의 성패는 사업성만이 아니라 원주민의 재정착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건축이 끝난 뒤 정작 원주민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동네가 가진 고유한 색깔은 사라진다. 물리적으로는 새 도시, 사회적으로는 텅 빈 도시가 되는 셈이다.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에 대체 주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지, 고령층 지원책이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이런 물음들이 과제로 남았다.

그동안 도시정비사업의 성패는 용적률과 층수, 분양가로 판단돼왔다. 그 기준이 틀린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는 원주민이 얼마나 다시 돌아와 정착했는가, 곧 재정착률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먼저 이주하고 나중에 돌아오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이주 단계에서부터 고령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순환형 임시주거, 의료·돌봄 연계 서비스가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주민이 생활 기반을 지키면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비사업의 목적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현재 추진 중인 구월2지구 등 미니신도시를 단순한 주택 공급 사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맞춰, 이 지구 주변에 이주 주민을 위한 임시 정착 거점으로 연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 인프라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경로당, 공공의료시설, 보육시설 등 필수 생활서비스 시설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통합적으로 계획되어야 하며, 주민들이 지역 내에서 돌봄·의료·여가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시 기본계획도 연수·선학지구의 AI·디지털헬스 산업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갈산·부평·부개지구의 첨단산업 복합화 방향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가 실제로 들어서지 않는다면 산업 구상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가 비어 있다면 도시는 다시 베드타운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10년, 인천의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정비사업의 성패는 주민의 정착과 공동체의 지속 여부로 평가받아야 한다. 사람을 남기는 도시, 공동체를 지키는 정비. 그것이 인천 노후계획도시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미래다.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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