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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민생의 식탁과 단체장의 요리법

등록일 2026-07-02 14:46 URL복사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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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행정은 요리에 비유돼

지역의 당면 구별하는 것 중요

끊임없는 ‘간 맞추기’로 균형

정성과 겸손으로 깊은 맛내야

 


김민배(법학77)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예로부터 정치와 행정은 요리에 비유되었다. 재상(宰相)의 재와 요리사를 뜻하는 재인(宰人)의 재가 같은 글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나 음식을 만드는 일이 배분과 조화의 기술이라는 본질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인 원매는 ‘훌륭한 요리는 요리사의 공이 60%, 재료를 구하는 사람의 공이 40%’라고 했다. 아무리 뛰어난 조리 기술이 있어도 원재료가 부실하면 좋은 맛을 낼 수 없다.

자치단체장이 인사와 정책 발굴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역의 재정, 산업, 인구, 교통, 문화, 환경 등 고유한 조건을 직접 살피면서, 그에 맞는 인재를 등용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때란 식사 시간이 아니라 재료가 가장 맛을 내는 제철을 뜻한다. 행정에서 제철은 시대의 흐름과 지역의 당면 과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안목을 말한다. 지역이 성장의 때인지 오랜 갈등을 해결할 때인지 구별해야 한다. 주민들이 당면한 요양과 간병인, 건설경제와 상가공실, 가계부채와 개인파산 등 현안과 난제를 가려내는 것이 행정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요리를 상에 올리면 회는 마르고, 튀김은 눅눅해지며, 국은 식어버린다. 백화점식으로 늘어놓은 전시성 사업들은 예산만 낭비한 채 정작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효과가 없다. 새롭게 출발하는 자치단체장들은 모든 공약을 한꺼번에 펼치기보다 입맛을 주는 과제와 임기 내 수행할 과제의 순서를 지혜롭게 정해야 한다. 시민은 귀나 눈보다는 지갑을 통해 느끼는 삶에서 정책을 맛보기 때문이다.

공자는 ‘썰기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요리의 형식적 규칙이 아니라 재료의 조직과 성질을 알고 그 결에 맞게 손질하라는 뜻이다. 개혁에도 결이 있다. 칼은 날카로워야 하고, 칼끝이 향해야 할 곳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과 지역 사회의 전통을 무시한 채 공약의 이름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면 행정은 막히고 갈등만 유발된다. 사리사욕과 위법한 이권을 경계하면서, 특정한 집단이 개혁과 공약을 명분으로 지역의 풍미와 조직의 정통성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행정은 끊임없는 ‘간 맞추기’다. 조화로운 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소금과 매실의 조화가 필요하다. 행정은 서로 다른 것을 조정하는 것이다. 성장과 복지, 효율과 절차, 기업과 주민, 원도심과 신도시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강한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가려버리는 삼류 요리사처럼 과도한 관권으로 지역 생태계를 지배하고자 하면 탈이 난다. 행정의 진수는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많이 넣지 않고도 알맞게 조화시키는 요리와 같은 것이다.

한비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작은 생선을 솥 안에서 자꾸 뒤적거리면 살이 다 부서지듯, 지나친 규제와 과도한 간섭은 민간의 자율성과 지역 경제의 활력을 무너뜨린다. 행정은 단번에 뒤집는 기술이 아니라 기다리고 익히는 기술이다. 때로는 불을 강하게 하여 즉시 집행해야 하지만 어떤 정책은 주민들과 사업자의 합의를 기다릴 줄 아는 은근한 불의 미학이 필요하다.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도시의 화려한 정책만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주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참된 정책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동네의 골목길, 재래시장, 지역 유산,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 등 가까운 민생에 숨어 있다.

선거의 시간이 강한 양념으로 대중의 입맛을 자극하는 시간이었다면, 행정은 공직자들이 주민과 함께 정성과 겸손으로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내는 과정이다.

제9기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선거의 광장에서 행정의 숲으로 들어간다. 좋은 행정은 많은 것을 약속하는 데 있지 않다. 지역의 제철을 알고, 재료의 결을 살피며, 필요한 양념을 알맞게 쓰고, 시민의 식탁에 따뜻한 순서로 내놓는 데 있다.

전시성 행정은 과감히 단절해야 한다. 표를 의식한 현금성 정책이나 중복 지원도 마찬가지다. 성실한 시민들의 삶에 깊은 감동을 주는 행정의 참맛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출처 : 경인일보([월요논단] 민생의 식탁과 단체장의 요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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