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인하대 글로벌비즈니스 센터장·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상업교육 81 · 제 31대 인하대학교총동창회 회장)
오늘은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그 해 유난히 길었던 설 날 연휴 마지막 날 우리 정부에 의해 공식 발표됐다. 입주기업들의 상실감은 10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심장이 멎는 고통으로 이어져 왔다. 개성공단이 남북 관계에서 적어도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옥동자의 탄생으로 여겨져 왔던 바 10여 년 넘게 이따금 북측의 악행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은 있어도 우리 정부에 의해 전면 중단을 통보받은 비애는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선언으로 시작된 남북경협은 경제적 효과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자임해왔으나 현재는 법적, 제도적 제약으로 그 기능을 상실했다. 개성공단 중단은 남북 교류 협력 시대의 ‘완전한 종언’이며 1990년대 햇볕정책 이후 20년 넘게 이어져 온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 구축이라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결과다.
10년이 흐르면서 과거 경제특구였던 곳에 군대가 재배치되고 남북 연결도로가 폭파되는 등 최전방 공격 거점으로 되돌려졌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어지면서 그간 남북 간의 작은 마찰을 막아주었던 완충적 ‘안전핀’이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북한은 민족의 개념마저 포기하면서 ‘제 1의 주적’ 관계로 규정하는 등 지난 10년은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핵 무력 중심의 독자 노선을 채택한 기간이었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120여 개 기업에 10년은 ‘고난의 행군’과도 같은 엄혹한 좌절의 연속인 시간이었다. 많은 기업이 도산과 전업으로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전면중단 이후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와 경영난으로 이중고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성공단 기업을 비롯한 해외 진출 기업들이 공히 해외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로 유턴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개성공단이었기에 상실감이 더 커지는 이유다.
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우리 정부에 의해 주도된 피해보상은 기준에 훨씬 못 미쳐 입주기업엔 10년은 ‘재개’에 대한 희망보다 ‘상실’의 아픔이 더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될 때만 해도 대화 재개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재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가 됐고 중단 이유가 핵 개발 억제 가능성을 기대했다면 지금은 핵 무력 완성 및 법제화가 완료된 상태다.
개성공단 중단 10년이 남북 관계에 주는 교훈은 정치가 경제를 무력화시키는 남북 관계의 특성상 경제협력의 한계를 노출시켰고 ‘경제 교류를 통한 평화’에서 ‘강력한 억제력을 통한 평화’로 안보 패러다임이 바뀌는 안보전략의 전환이 있었다. 결국 개성공단 중단 10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안타까운 후퇴를 가져왔기 때문에 향후 새로운 남북 관계 정립에는 과거보다 훨씬 고도의 제도적 보장과 신뢰가 담보돼야 할 것이다.
지난 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이뤄진 17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그 첫걸음으로 북측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라도 북미대화의 시작점으로 개성공단 방문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점차 휴폐업에 내몰리고 2세대로 넘어가는 기존 경험을 가진 개성기업들의 절실한 생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2018년 남북 평양정상회담 시 북측 고위 관계자는 필자에게 2박3일 간 일정에서 여러 차례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과 입주기업의 애로를 걱정하면서 오히려 힘내라는 응원과 재개되면 잘해주겠다는 언급까지 했다. 개성공단 중단 10년을 분기점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백두산 삼지연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출처 : 기호일보(https://www.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