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인하대 글로벌비즈니스 센터장·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상업교육 81 · 제 31대 인하대학교총동창회 회장)
이재명 정부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정책 구상으로 ‘교류(Exchange), 관계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핵심으로 하는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한반도 냉전의 종식을 꾀함으로서 적대관계 종식과 평화공존, 공동성장 시대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인적, 문화, 경제교류 확대를 통해 신뢰 회복과 적대관계 완화를 도모하고 남북관계를 정상국가 간의 상호존중 관계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단과 축소, 폐기의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정책적인 시사점으로 볼 때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적대적에서 포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으로 전환하겠다는 시그널로 보이나 실행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전반, 북미관계, 제재상황과 국제정치 지형 등이 두루 고려돼야 할 것이다. 결국 구상 자체는 명확하나 이를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남북, 북미, 국제동맹 간 조율 등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기도 하다. 평가할만했던 역대 정부의 정책들도 결국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신정부도 되새기면서 속도보다는 신뢰에 바탕을 둔 지속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시계 바늘은 쉽게 움직이고 있지 않다. 대화의 문이 80여 년간 닫힌 듯 보이지만 작은 틈은 여전히 존재했고 반전의 연속이었다. 미·중·러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남북관계는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지 국제관계가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려야만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자문해볼 떄 그럼에도 남북이 손 잡을 수 있는 분야는 있을 수 있다. 정치적 부담이 적고 주민 삶과 직결된 ‘생활형 협력교류’다.
관광, 식량, 보건같은 영역은 국제제재가 비교적 적고 협력 성과가 주민들에게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관광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역대정부의 대표적인 3대 대북정책으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도로·철도 연결 사업에서 북한은 일찍이 관광산업의 사업성과 필요성을 학습한 바 있다. 지난 7월 원산시에 대규모 해안관광지구를 개장했고 백두산 아래 삼지연시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 영업을 시작했다. 원산-갈마 관광지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추진한 대형 프로젴트로 호텔, 공항, 해안도로 등 관광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이 문을 열었고 러시아, 중국 등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금강산, 개성시 관광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의 묘미를 터득했고 무엇보다 내심 남한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틈새를 파고 들어 간다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원산-갈마지구는 남북관광협력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남측의 관광콘텐츠, 숙박서비스와 같은 소프트 인프라와 북측의 관광자원을 결합하면 개성공단형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험을 남북은 이미 알고 있고 그렇기에 현재의 빗장만 풀 수 있는 작은 동기만 부여된다면 급속한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이는 DMZ평화관광, 백두-한라 루트, 서울-평양 공동관광 패키지로 확장돼 ’한반도 관광벨트‘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관광지구 개발은 단순한 관광사업을 넘어 남북 경제협력의 마중물로 평가될 것이다.
기억을 거슬러 보면 금강산 관광이 남북 간에 이뤄질 것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역할을 민간교류 차원에서 1998년에 바닷길로부터 육로 관광으로 이어진 10여 년의 남북관계는 그 자체가 대장정이고 역사였다면 30여 년전으로 돌아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실에서 남북관계의 벽은 높다. 북한은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며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생존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북미 간의 관계정상화에 있고 그로 인한 경제협력의 파트너는 러시아도 중국도 아닌 우리 대한민국임을 평양은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 기호일보(https://www.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