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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네 번째 위기와 통합형 리더

등록일 2025-09-11 13:45 URL복사 프린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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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위기와 통합형 리더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서세동점의 급류에 휩쓸린 이후 한국인은 한반도에서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2차세계대전, 6·25전쟁을 경험했다. 이 77년간 우리는 전쟁, 식민, 착취, 가난, 죽음, 이산의 고통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 그런데 휴전 이후 미소 냉전 구도와 강제된 개방과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우리는 역설적으로 73년의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영광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한강의 기적을 자랑했던 초고속 성장의 시절을 보낸 바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중반을 넘었다면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기뻐했고, K팝을 앞세워 문화 강국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번영과 속도전의 얘기들을 추억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한국 사회는 저성장 늪에 빠져 방향을 잃었다. 대학을 나와도 변변한 일자리는 없고,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AI에 대한 말들은 무성했지만, 기업과 국가 차원의 준비는 미흡했다.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했고, 1000만 명 이상이 무주택자로 전락한 빈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장년층의 대다수는 퇴직해도 돈을 더 벌기 위해 한 세대를 더 살아내야 하는 초고령 사회의 그늘을 통과해야 한다.

한국인은 성공의 절정에서 또 하나의 부정적인 절정을 체험하고 있다. 역성공과 역성장, 도착적 근대화의 절정의 기록을 드러내고 있다. 저출산율, 고령화, 자살률, 인구감소 속도, 성형 수술률, 낙태율, 고소 및 고발, 무고건수 등에서 최장기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500년 이상의 유교전통문화의 국민이 존비속 살인상해율과 고아 수출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매일 보고 겪는 이념, 계층, 노사, 지역, 세대, 젠더 갈등은 또 어떠한가? 근현대사의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고속 압축 성장이 또 다른 도착적 근대화의 풍경을 연출하도록 만든 것이다. 게다가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와 신보호무역주의 시대라는 세계사적 전환기에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까지 더해져 한국 사회는 총체적 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어떤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합형 지도자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우리 앞에 쓰나미처럼 다가올 국가적 위기는 전체 국민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아우르는 통합형 리더의 등장 없이는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통합형 리더는 이념적 접근이나 편향적 정책이 아닌 서민을 위한 과감한 개혁 정책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은 고난을 돌파하고, 시련을 극복하게끔 국민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내는 지혜와 힘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통합형 지도자는 이념의 갈등과 분열의 상처와 아픔을 달래면서, 나라의 궁극적 비전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인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세 번의 결정적인 고비를 넘어섰다. 첫째, 분단과 전쟁이다. 둘째, 근대화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란이다. 세 번째 위기는 IMF 구제 금융의 굴욕이었다. 건국과 산업화를 추진한 세대, 민주화 세력,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던 세대가 그 세 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 우리 사회를 세웠다. 다가오고 있는 네 번째 위기는 문명사적 전환과 미·중 패권 투쟁의 틈바구니에서 슬기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깊이를 모르는 강물을 건너는 것처럼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혼탁한 격랑의 세상을 건너가야 한다. 우리는 네 번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홍동윤(국문 86 / 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 비상임이사)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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